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의 나라 앨리스'에는 여왕 '레드퀸'이 나온다. 

뒤로 움직이는 체스판 모양 마을에서 레드퀸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빨리 달리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왕은 말한다.




"여기에서 제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앞으로 가고 싶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소설 속 붉은 여왕의 말을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적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레드퀸 효과'다.

대표적인 예는 먹고 먹히는 관계인 영양과 치타다.

영양은 치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리게 됐고,

치타는 그런 영양을 잡기 위해 더 빠르게 달리게 됐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자극하며 빠르게 달리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둘 사이의 간격은 그대로라는 것.









튜티 T가 가져왔던 한 글의 필자는 이를 런닝머신에 비유하며 우리에겐 런닝머신에서 내려올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런닝머신 밖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우리 모두가 달리는 그것에서 똑같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필자는 알까.


그 런닝머신에서 내려오기까지 감수해야 할 용기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를.





T에게 실컷 각자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해놓고는,

나의 취업 고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듯한 남자친구의 말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쉽지 않다고, 그렇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가까운 사람들의 성공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조바심으로 젖어버린 마음의 무게가 덜컥 느껴지고 있다고. 




내가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나 말고도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참 많아.

우린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는 걸까?





사실 난 그만 달리고 싶다.

그냥 걷고 싶다.

.

.

.

.


걸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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