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단 하루도 100% 편한 마음으로 놀고 먹은 날이 없다.


항상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고

항상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고

항상 무의식중에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일자리'

이 하나를 위해서.


나는 정말 힘ㅡ고통스럽다,의 의미보다는 노력에 가까운ㅡ들었는데


근데


눈에 보이는 이렇다 할 결과ㅡ예를 들면 합격 혹은 이력서에 한 줄 남길 거리가 될 만한 결과ㅡ가 없다면

그 모든 시간들이 그저 '놀고 먹는 백수'의 일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나보다.

 

"그냥 놀고 먹는 백수네요, 백수."


상대방은 웃자고 한 얘기겠거니 허허 웃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을 수 있고, 허허 웃지 말았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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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의 나라 앨리스'에는 여왕 '레드퀸'이 나온다. 

뒤로 움직이는 체스판 모양 마을에서 레드퀸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빨리 달리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왕은 말한다.




"여기에서 제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앞으로 가고 싶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소설 속 붉은 여왕의 말을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적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레드퀸 효과'다.

대표적인 예는 먹고 먹히는 관계인 영양과 치타다.

영양은 치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리게 됐고,

치타는 그런 영양을 잡기 위해 더 빠르게 달리게 됐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자극하며 빠르게 달리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둘 사이의 간격은 그대로라는 것.









튜티 T가 가져왔던 한 글의 필자는 이를 런닝머신에 비유하며 우리에겐 런닝머신에서 내려올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런닝머신 밖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우리 모두가 달리는 그것에서 똑같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필자는 알까.


그 런닝머신에서 내려오기까지 감수해야 할 용기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를.





T에게 실컷 각자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해놓고는,

나의 취업 고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듯한 남자친구의 말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쉽지 않다고, 그렇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가까운 사람들의 성공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조바심으로 젖어버린 마음의 무게가 덜컥 느껴지고 있다고. 




내가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나 말고도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참 많아.

우린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는 걸까?





사실 난 그만 달리고 싶다.

그냥 걷고 싶다.

.

.

.

.


걸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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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자라난다, 라는 말이 참 좋다.

의지, 성장, 희망 그 언저리에 있는 무언가들이 응축돼있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토양, 따스한 햇볕, 맑은 공기만이 자라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토독토독 때리는 빗방울, 새벽녘 잎에 맺힌 얕은 서리도 분명 그 역할을 할테다.




아직 나는 비를 달게 맞는 법을 배워야하지만

그 의미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오늘은 어제보다 자라났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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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하면서 드는 생각.



1. 그래, 신입사원 퇴사율이 장난 아니라던데. 괜히 관심없는 곳 갔다가 일찍 퇴사할 바에야 진짜 하고 싶은 곳에 도전하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간에. 괜히 여기저기 신경쓰면서 에너지 분산시키지 말고 선택과 집중! 집중해도 1승 할까 말깐데.


2. 근데 니가 하고 싶은 분야라고 또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경쟁률도 쎈 걸. 취업 못한 채로 졸업하면 생활비며 부모님 눈치며 어떻게 견딜래? 차라리 어디라도 가서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고,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거 해도 늦지 않아. 다른 애들 봐. 원서 몇십 개씩 넣는 애들이 수두룩빽빽이야. 너라고 특별한 줄 알아? 너도 똑같은 취준생일 뿐이야. 일단 어디라도 걸려라 빌면서 여러군데 그물 쳐야지! 여러군데 그물 쳐도 1승 할까 말깐데.


3. 결국 취업하려는 이유가 뭔데? 돈 벌면 끝이야? 돈이 다가 아니잖아. 길게 봐야지. 회사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쉬운 줄 알아? 돈 좀 벌다 나온다고? 그럼 너 벌써 서른될걸? 그때 너가 직장 박차고 나올 용기가 있을 것 같아? 지금도 이렇게 벌벌 떠는데? 


4. 그럼 어떡해. 불확실한 미래에 그냥 몸을 던져? 너, 확신할 수 있어? 만약에 도전했다 안되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급하게 여기저기 뿌리느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기저기 뿌려보는 게 낫지. 안그래? 그리고 너 이거 엄마아빠한테 말 할 수 있어? 


5. 그러게. 불확실하긴 하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지금 껏 해온것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그런 곳엔 자소설 써내기도 어렵단 말야.


6. 남들 다 그렇게 해.


7. 난 달라. 다르고 싶다고.


8. 니가 특별한 줄 알아?


9. 그렇게 믿고 싶어.


10. 넌 왜이렇게 어리냐.


11.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 조금 느릴 뿐이잖아.


12. 너 스스로가, 너의 가족들이 그 느려터짐에 대해서 정말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같은 질문의 연속이다.


오늘은 홀수의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S면접에 가지 않았다.


새벽4시. 

당장 박차고 일어나야만 면접에 갈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너무나 싫었다.

왜 이렇게 싫지 나조차 의문이 들 만큼 싫었다.


면접 조언을 얻으려 연락 했던 C언니는 어젯 밤 나에게 응원차 전화를 주었다.

언니는 물었다.

"근데 너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언니는 은연중에 내 고민을 느꼈던걸까.


면접이 무서워서 도피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완전히 NO라고 답하지 못했지만

여기서 무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오로지 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참을 수 없어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일단 주어진 기회니까, 도전해보려구요."

거짓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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