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하면서 드는 생각.



1. 그래, 신입사원 퇴사율이 장난 아니라던데. 괜히 관심없는 곳 갔다가 일찍 퇴사할 바에야 진짜 하고 싶은 곳에 도전하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간에. 괜히 여기저기 신경쓰면서 에너지 분산시키지 말고 선택과 집중! 집중해도 1승 할까 말깐데.


2. 근데 니가 하고 싶은 분야라고 또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경쟁률도 쎈 걸. 취업 못한 채로 졸업하면 생활비며 부모님 눈치며 어떻게 견딜래? 차라리 어디라도 가서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고,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거 해도 늦지 않아. 다른 애들 봐. 원서 몇십 개씩 넣는 애들이 수두룩빽빽이야. 너라고 특별한 줄 알아? 너도 똑같은 취준생일 뿐이야. 일단 어디라도 걸려라 빌면서 여러군데 그물 쳐야지! 여러군데 그물 쳐도 1승 할까 말깐데.


3. 결국 취업하려는 이유가 뭔데? 돈 벌면 끝이야? 돈이 다가 아니잖아. 길게 봐야지. 회사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쉬운 줄 알아? 돈 좀 벌다 나온다고? 그럼 너 벌써 서른될걸? 그때 너가 직장 박차고 나올 용기가 있을 것 같아? 지금도 이렇게 벌벌 떠는데? 


4. 그럼 어떡해. 불확실한 미래에 그냥 몸을 던져? 너, 확신할 수 있어? 만약에 도전했다 안되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급하게 여기저기 뿌리느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기저기 뿌려보는 게 낫지. 안그래? 그리고 너 이거 엄마아빠한테 말 할 수 있어? 


5. 그러게. 불확실하긴 하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지금 껏 해온것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그런 곳엔 자소설 써내기도 어렵단 말야.


6. 남들 다 그렇게 해.


7. 난 달라. 다르고 싶다고.


8. 니가 특별한 줄 알아?


9. 그렇게 믿고 싶어.


10. 넌 왜이렇게 어리냐.


11.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 조금 느릴 뿐이잖아.


12. 너 스스로가, 너의 가족들이 그 느려터짐에 대해서 정말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같은 질문의 연속이다.


오늘은 홀수의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S면접에 가지 않았다.


새벽4시. 

당장 박차고 일어나야만 면접에 갈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너무나 싫었다.

왜 이렇게 싫지 나조차 의문이 들 만큼 싫었다.


면접 조언을 얻으려 연락 했던 C언니는 어젯 밤 나에게 응원차 전화를 주었다.

언니는 물었다.

"근데 너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언니는 은연중에 내 고민을 느꼈던걸까.


면접이 무서워서 도피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완전히 NO라고 답하지 못했지만

여기서 무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오로지 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참을 수 없어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일단 주어진 기회니까, 도전해보려구요."

거짓말이 됐다.



'Being > 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백수  (0) 2016.11.18
레드퀸효과  (0) 2016.11.10
Breath  (0) 2016.11.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