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긴린코 호수, 쇼와박물관, 컨트리로드 유스호스텔)








긴린코 호숫가에 자리한 호텔

동화속에 나오는 미지의 성같았다





긴린코 호수를 구경하는 사람들





호수 뒤편에 있는 나무에 둘러진 종이들.

아마 소원을 적은 종이가 아닐까, 일본어를 몰라서 아쉬웠음.







새벽 물안개가 아름다운 긴린코 호수


지만, 정작 나는 흐릿한 오후에 방문해서 참 아쉬웠던 곳. 유후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수많은 기념품 거리를 걸어올라오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긴린은 물가에 비친 고기비늘의 색이 황금색이라는 뜻이라고. 슬쩍 보면 그저그런 호수일 수도 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유후인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기념품 거리에서 솟아올랐던 나의 탐욕을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더불어 혼자여서 느껴지는 고독감 역시 두 배로 되는 곳이었지...


호수 한 편에는 산을 등지고 있는, 말그대로 배산임수의 호텔이 하나 있다. 검색해보니 라 메종드 다비드라고. 비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한걸? 다다미룸으로 일박에 15~20만원이면 묵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유후인에 온다면 이곳에 도전해보리라. 난 절대 새벽에 엉금엉금 기어나와 물안개를 보러 올 체력도 정신도 없을테니...










겁 없는 고양이?





는 훼이크.





쇼와박물관 입구를 지키는 든든한 로봇일세





90년대 일본 교실의 풍경

우리네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가정집의 거실

화로가 참 귀여웠다





거실 한켠에서 발견한,

망원경 안에 색종이 조각들이 들어있어 

흔들면 신기한 데칼코마니 무늬들을 만들어내는 추억의 장난감





1인 미용실.

바리깡으로 시원하게 밀어야 할 것 같은 기분





사케 한잔...?







90년대 일본이 궁금하다면, 쇼와박물관


긴린코 호수에서 고독감에 흠뻑 젖어 찬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던 중, 아까는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를 발견했다. 이름하야 '쇼와박물관'. 버블경제 시대에 부유했던 일본의 모습을 세트로 구현해놓은 박물관으로, 친절한 한국어 설명 간판이 있어 왠지 더 궁금증이 생겼다. 심지어 입장할때 skt로 할인까지 받았어... 유명한 곳인가 싶었지만 세트 안에 들어가니 나 혼자였다는. 물론 마감시간이 좀 임박하긴 했었지만.


가정집, 상점, 술집, 이발원, 동네 문방구 등 다양한 일본 사회상이 재현되어있다. 녹슨 소품 하나하나가 그 시대의 향기를 짙게 품고있었다. 물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일본에 계셔서인지 우리집엔 일본식 가전제품이 많았다. 전기 변압기가 필요했던 110v 다리미부터 밥솥과 토스트기까지.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솟아올랐다. 1년에 한두번 오시던 할머니가 사오셨던 일본 까까들이 참 기다려졌었는데. 괜히 추억에 젖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유후인 관광을 하다가 시간이 좀 남는다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 전반적으로 실내가 어둡기도 하고, 카메라 배터리도 간당간당하여 사진을 제대로 못찍은건 좀 아쉬웠다. 










터벅터벅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유후인





유후인 컨트리로드 숙소





역시 여행 계획은 전날 세워야 제맛



혼자 왔다면 컨트리로드 숙소로


유후인에는 대부분의, 아니 90%숙소가 료칸이다. 한 사람을 받아주는 료칸은 극히 드물다. 나 역시 급하게 잡은 여행 일정이었던지라 예약에 실패. 흑흑. 그래도 다행이 이곳, 유후인컨트리로드 유스호스텔은 자리가 남아있어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여자 도미토리방. 


장점;

- 숙소가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좋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침대도 아늑하고, 개인 소장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자물쇠 달린 서랍도 있다. 도미토리 방 내부에는 별도의 다다미방이 있어 안에서 간식을 먹거나 일기를 쓰기에 좋았다. 만약 친구들 4명이서 와서 이 방 하나에 묵는다면 정말 좋을듯. 

- 지하에 온천이 있다. 료칸엔 당연히 온천이 딸려있지만 일반 게스트하우스에서까지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 후기를 보니 물이 좋다고 하던데, 진짜 정말 좋았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으로 온천을 두 번이나 해버렸음. 물론 7~8명이 들어가면 꽉찰 만한 크기이긴 했지만, 아늑하니 좋았다. 단, 온천에서 야외 뷰를 볼 수는 없다. 여긴 뷰가 없그든요....

- 주인 내외분들이 떠날 때 노래를 불러주신다. 형식적이지만 괜시리 정이 느껴졌다.

- 저렴하다. 일박에 2만원~3만원 사이였던 듯.


단점;

- 멀다. 유후인 산 속 꼭대기에 있어 기차역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가야한다. 캐리어가 없다면 유후인 관광을 끝내고 설렁설렁 걸어올 수도 있겠지만, 캐리어가 있다면 무조건 픽업 차를 타고 와야한다. 다행히 픽업 서비스는 있다. 나는 유후인 역 앞에서 6시에 탑승. 봉고차에 유후인 컨트리로드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다.

- 밤 산책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료칸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휴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여긴 바깥으로 나가서 뭔 경치를 보기가 힘들다. 왜냐면 첩첩 산중에 있어 무섭고 어둡고 보이는게 없그든요... 하지만 1층에 식당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내려가서 책을 읽거나 자유활동을 하기에는 좋았다. 


게스트하우스 자체만 놓고 보면 가장 좋았던 곳. 하루밖에 묵을 수 없다는게 너무 아쉬웠더랬다.

딱 요날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그랬는데. 그 다음 날 나에게 어마무시한 시련이 닥칠 줄은 까맣게 몰랐던 것이었다....





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소품샵, 길거리 음식, 플로랄 빌리지)


 






지브리 캐릭터가 잔뜩 그려져 있는 수건들.

세수하고 저 수건으로 닦으면 영화 속으로 폭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귀여운 토토로들




안녕, 토토로? 돈구리노모리


12시 반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후인 초입에 있는 대다수의 가게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안그래도 흐린 날씨에, 가이드북에서 맛집이라고 쓰인 곳은 이미 폐점한 것 같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고. 유후인이 원래 이런 곳인가? 이게 뭥미? 하며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던 중 가장 처음 만난 곳이 돈구리노모리! 사람들이 다 어딜 가나 했더니 돈구리노모리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돈구리노모리는 지브리 스튜디오 캐릭터를 활용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곳이다. 나는 하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정도밖에 보지 않아서 사실 이름과 모습만 드문드문 아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딱히 재미는 없었다는. 하지만 작고 귀여운 것들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들이 잔뜩 새겨진 소품들을 만지작 거리다, 가격표를 한번 뒤집어보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하하.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한 번 더 오면 뭐 방석 정도는 쿨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여느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유후인에도 기념품/소품 가게가 참 많다. 근데 특히 귀여운 소품들이 너무 많았다. 엉엉. 돈구리노모리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곳, 일본 전통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품이 가득한 곳, 유리 세공품들을 모아놓은 곳, 고양이 소품만 모아놓은 곳, 뽑기 기계가 한 100개는 넘게 들어차있는 갓챠샵 등등. 작고 귀여운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유후인의 길 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요. 사악한 가격도 시간 지체에 한 몫 했지... 몇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지.






저를 데려가주세용♡ 하고 말하는 것 같다구





복덩이들





뭐여, 뭔 일이여?





결국 갓차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300엔을 넣어버렸지만

뜻밖의 수확!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금상 고로케의 카레/금상 고로케. 진짜 맛있었다





대왕타코야끼의 비주얼에 끌려 홀리듯 줄을 서버렸다





(소근) 맛은 그저그랬어요 (소근)





지나가다 마주친 녹차떡(?)의 산

대왕타코야끼로 위를 가득 채워버린건 정말 실수였다



나는 계속 걷고 있는데 자꾸 배가 불러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관광객 대부분이 료칸에서 저녁을 해결하기 때문인지, 일찍 해가 지기 때문인지 어쩐지 이유는 모르겠다. 유후인에는 가성비 좋은 식당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아니, 식당 자체가 원래도 많지 않다. 가이드북을 슬쩍 훑어보니 대부분 가격은 비쌌고 거리는 멀었다. 길거리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기로 했다. 


제일 처음 만난건, 꼭 먹어야 한다고 들었던 금상고로케. 내 앞에 있는 가게와 가이드북 지도의 좌표는 분명 달랐지만 난 너무 배가 고팠고 2호점이라 믿으며 주문을 했다. 카레 고로케와 금상 고로케. 방금 막 튀겨진 고로케를 한입 베어물었다. 으앙. 너무 맛있었다. 따끈해서 더 맛있었다. 갠취로는 카레가 짭쪼름하니 더 좋았다. 2호점이든 짝퉁이든 맛있으면 괜찮지 뭐.


그 밖에도 대왕타코야끼, 녹차떡(?), 녹차 아이스크림, 각종 과자, 치즈 케이크, 푸딩, 빵, 등등 다양한 길거리음식이 있었다. 고로케를 2개나 먹고 대왕타코야끼까지 먹어치우니 배가 너무 불러서 다른 음식엔 눈도 안돌아갔다. 대왕타코야끼는 만드는거 볼때가 제일 맛있었어... 무튼 유후인에서는 애써 식당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흘러가는대로, 마주치는대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게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료칸에 일찍 들어가 잘 차려진 저녁을 먹는게 짱인듯..! 물론 저는 못먹었습니다만.










걷는게 슬슬 지쳐올때쯤, 건물이 너무 예뻐 멈춰서버렸다.

내부에도 귀엽고 참신한 아이디어 소품들이 많았는데, 촬영 금지였다.





앨리스가 어쩌다 토끼굴에 빠져버리듯,

나도 모르게 흘러들어간 플로랄 빌리지





앙증맞은 다람쥐 '3'





누나가 빠듯해서 먹이를 못줬어 미안해





고상해





털 한올 한올까지 귀여운



잠시 동화 속 앨리스가 되어봐, 플로랄 빌리지 


유후인 관광은 큰 대로를 따라 앞으로 주욱 걷기만 하면 된다. 유후인 대표 명소인 긴린코 호수를 찾아가던 중, 뭔가 이질적인, 동화냄새 풀풀나는 문이 있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입장. 플로랄 빌리지였다. 여기엔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내가 들어간 후문은 커다란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이 덜렁 문만 있었다. 그래서 더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정문엔 매우 큰 간판이 있었더랬다. 


플로랄 빌리지는 앨리스, 신데렐라, 인어공주,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동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샵과 작은 동물원이 모여있는 곳이다. 사진처럼 곳곳에 동물들이 있고,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돈은 알아서 넣는 방식이었던듯. 기념품 샵에 질려갈 때쯤 잘 만났다 싶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름 동화 속에 온 것처럼 몰입해서 돌아다녔다. 유후인에 온 아이들이 걷다 지쳐 칭얼거릴때 데려오면 딱 좋을만한 곳.


어쨌든 유후인은 참 작고 귀여운 (비싼) 마을이었다. 

 



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모찌롤과 로하스 배맛 물.





무척이나 쫀득했던 크림:P





모찌롤과 함께 하는 힘찬 아침!


후배 J가 극찬한 로손 모찌롤. 이거 먹고 싶어서 그 전날 밤에 몹시 두근거렸던건 비밀:)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건, 버스 시간때문에 30% 요놈 먹고싶어서 70%. 솔직히 크림빵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터라, 한국에서도 사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도 괜히 누가 맛있다고 하면 막 기대되고 그러잖아!! 네, 제가 팔랑귀입니다만?


반신반의 하면서 한입 앙-

오?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다시 한번 앙-

헐. 대박 맛있다. 앙- 앙- 앙-


'모찌'롤 이라고 해서 사실 모찌 모양의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다. 그래서 롤케익 모양인 것을 보고 J에게 이제 맞냐며 되묻기도. 음 근데 생각해보니 모찌'롤'이구나. 무튼 이게 왠걸... 모양은 롤케익 모양이지만 맛은 여느 롤케익과는 차원이 달랐다. 떡과 빵 그 사이 어디에선가 서있는 듯한 쫀득함. 그리고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크림. 진짜 모찌모찌한 빵이었다♥ 하지만 3개 정도 먹으니 좀 느끼함이 올라왔는데, 이건 배맛 물이 잘 잡아줬다. 좋은 궁합이었어! 짝짝. 근데 맛있긴 해도 4~5개까지가 한계였다. 그래봤자 거의 다 먹은 거구나:D 이후에 딸기맛 모찌롤을 한번 더 사먹었는데, 개인적으론 딸기맛이 더 좋았다! 딸기맛은 생긴건 팥맛처럼 연한 붉은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팥맛인줄.. 종류가 여러개던데 내가 가본 로손에서는 오리지널 혹은 딸기 뿐이었다. 다음에 일본 갈 기회가 있다면 다른 맛에 도전해봐야지.


모찌모찌하게 아침 해결. 이제 유후인으로 한 발자국 내디뎌볼까나.











나카스 강변의 데칼코마니





일렬로 서서 물 마시는 새들





후쿠오카의 평범한 출근길




누군가에겐 평범한, 누군가에겐 특별한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구글 지도를 따라 가려는데, 잠깐. 나카스 강이 눈길을 끌어잡았다. 밤거리는 살짝 무서웠는데 아침의 나카스 강은 이렇게 싱그럽구나. 아침 8시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변은 매우 조용했다. 운동하는 사람 한 두명 정도가 지나갈 뿐이었다. 아마래도 나카스 강변은 밤에 깨어있는 공간이니까. 빨간 캐리어를 든 여행자는 연속적인 셔터소리로 맑은 적막에 금을 내었다.


나카스 강변을 지나 대로로 나오니 역시나, 바쁜 출근길이 펼쳐졌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부러웠다. 자전거를 타고 통근할 수 있는 '환경'과 '거리'를 가진 곳에 취직하고 싶다는 조건이 또 이렇게 하나 생겨버렸음. 조건만 많아가지고 어디 취업하겠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그리고 한국과 비슷한 출근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다른 공기에 셔터를 눌러댔다. 아마 난 민폐 관광객처럼 보였을게야.. 한 손엔 큰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손으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좀 우습기도 했겠지. 그래도 이사람들에겐 평범한 출근길이 나에겐 최초로 '유후인'에 가는 길이었으니까! 매일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 매일매일 새로운 여행길처럼 느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카타역





유후인은 34번 플랫폼이랍니다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




하카타에서 유후인으로


하카타 버스터미널은 하카타역 바로 옆에 있다. 한국어 표지판이 아주 잘 되어있어 길을 잃을래야 잃을 수가 없다. 버스터미널 3층으로 올라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플랫폼이 나온다. 목적지에 맞는 번호를 확인하고 그 앞에서 대기하면 끝. 평소엔 문이 닫혀있는데 버스가 오면 문이 열리고, 기사 아저씨가 표를 확인해주시면 탑승할 수 있다. 조바심 끝판왕은 역시나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버렸다. 버스에서 목이 마를까봐 2층에 있는 로손에서 녹차 한 병을 샀다. 맛은 실패. 아마 맥도날드도 있었던 것 같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는 34번 플랫폼에서 탈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 여기 혹시 서울인가요? 아님 부산? 이 기분은 버스에 탑승하고나서 더욱 강하게 밀려왔다. 40여명 정도의 정원인 버스에 35명 이상이 한국인이었음ㅎㅎ 저 지금 어디에 여행온건가요ㅎㅎ 그리고 이 기분은 유후인을 돌아다니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한국인이 많은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행 첫날엔 이방인으로서 기분을 좀 내고 싶었다구. 뭐 나만 혼자 다녀서 더 외로웠던건 아니고.. 진짜 아니고..


버스는 텐진역 → 하카타역 → 후쿠오카 공항 순으로 시내를 빠져나갔다. 후쿠오카 공항에 가는 길은 어찌나 막히던지. 어디든 시내는 막히는구만. 후쿠오카 공항만 지나면 씽씽- 달릴 수 있다. 일본의 자연 풍경도 즐길 수 있고. 지루해진 풍경에 못다 본 <500일의 섬머>를 틀었다. 섬머, bitch.










산, 구름 그리고 차





아직 잠들어있는 유후인 거리




흐리지만 따뜻한 유후인


엉덩이가 슬슬 아파올 때쯤 유후인에 도착. 두시간 반 정도가 지나있었다. 사진은 보정(^^)을 거쳤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흐리고 우중충했다. 아마 맑은 가을날에 간다면 보정 없이도 저런 색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흐린 유후인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겠다며 홀로 위안했다.


1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마을이 참 적막했다.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만이 붕붕 떠다녔다. 나 역시 기차역에서 가까운 코인락커에 짐을 맡기고 자유로운 몸으로 유후인 탐방을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부터. 



+) 포스팅 진도 나가기가 영 힘들다. 이러다 봄이 올때쯤에서야 포스팅을 마칠 수 있는게 아닌지 몰라.

+) 라이트룸에 점점 손이 익어간다. 사진 보정 속도가 한 20%정도 빨라지고 있다. 좋아좋아:D   





판타스틱 후쿠오카!


두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후쿠오카 도착. 후쿠오카에 도착했다는 기쁨보다는 빨리 내려서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한 선잠, 이르게 먹은 점심으로 인한 허기, 날씨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끕끕했던 옷이 날 괴롭혔기 때문. 한살 한살 먹을수록 뭔가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할매할매하구먼.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혼자 해외에 왔다는게 얼떨떨-했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왔는데도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결국 원점. 하카타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지, 벌써 버스표 창구가 닫았으면 어떡하지, 미리 예매해간 표를 한번에 안 바꿔주면 어떡하지, 등등 꽤나 귀여운 걱정들을 하고 있었던 나. 


이것도 다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해 볼 수 있는 경험이라네-










버스, 너로 정했다!


내가 가장 긴장했던 이유는 바로 저 노란색 표 4장을 얻어야 했기 때문. 모든지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이는 성격도 한 몫을 했고요:P


후쿠오카에서 여행을 할 때 교통수단은 크게 기차와 버스가 있다. 기차가 빠르고 편하지만 운행 수가 버스보다 적어 예매가 힘들고, 후쿠오카 시내 관광에는 버스가 더 적합하다. 기차는 큐슈레일패스, 버스는 산큐패스라고 부르며 보통 3일권, 5일권 패스로 살 수 있다.


나의 여행지는 유후인과 하우스텐보스, 그리고 후쿠오카 시내. 레일패스를 사고 싶었지만 유후인으로 가는 날 유후인노모리 열차가 이미 만석이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산큐패스 결정. 유후인과 하텐 갈때는 기차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시내 돌아다닐때도 유용하게 써서 결과는 대만족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이용날짜가 적힌 산큐패스를 보여주면 되고, 시외로 나가는 고속버스를 탈 때에는 터미널 티켓 창구에서 패스를 보여주고 저 노란색 티겟을 새로 받아야 한다. 단, 잔여 좌석이 있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는거!


혹시나, 호옥시나, 성수기니까 호옥시나 버스가 매진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해갔다.


▼예매 사이트▼

https://www.highwaybus.com/gp/index/


집단지성의 힘! 네이버 블로그에 떠돌아다니는 튜토리얼을 한두개 읽다보면 나처럼 일본어를 1도 못하는 사람도 쉽게 예매할 수 있다.    예매를 마치면 메일로 확인서가 날아오는데, 이걸 프린트해서 산큐패스와 함께 보여주면 저 노란 티켓을 준다. 노란 티켓에는 출발지와 행선지, 출발 시각이 적혀있다. 아 물론 일본어로...


나는 당장 다음 날 아침 9시 반에 유후인으로 떠나야 했는데, 아직 터미널 가는 길도 모르고 (이때까지만 해도 구글 지도의 위력을 몰랐지) 아침에 티켓 교환할 시간이 있을까 조바심이 생긴 나는 무조건 공항에서 티켓을 교환해야 했다. 전적으로 나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이거 못했으면 그날 밤 잠도 제대로 못잤을 듯.


쫄보의 마음이 통했는지 수속을 밟고 나가자마자 눈 앞에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개이득! 공항이 워낙 작아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친절한 한국인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별탈없이 표 4장 겟-또.


여행의 진짜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더랬다.











여기, 생각보다 핫하네요


후쿠오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추운 한국 날씨에 못이겨 잔뜩 껴입고 온 옷이 참으로 무색했다. 결국 하카타로 가는 여행객들로 가득찬 비좁은 버스에서 줄곧 등뒤로 식은 땀을 줄줄 흘려야했다. 땀하니까 생각난 얘기.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탄 승객이었다. 일본 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시스템이라 나는 뒷문에 가장 가까이 있었고, 지친 나머지 뒷문에 기대어 갔더랬다. 대부분의 버스가 그렇듯.. 뒷문에서 알짱거리면 문이 잘 안 닫힌다. 결국 일본어로 한 소리를 듣고-그것도 같이 탄 한국분이 통역해주셔서-서야 허리를 꼿꼿히 펴고 가야했고, 식은 땀은 계속됐다. 하하


그 와중에 여행와서 좋다고 찍어댄 쿠마몬. 해맑해맑:)









첫 숙소!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페이스북을 하다 우연히 동아리 후배 J가 후쿠오카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 페메를 보냈다. 아쉽게도 J는 내가 온 다음날 출국하는 일정. 그래도 운좋게 시간이 맞아 J의 마지막 식사이자 나의 첫 식사인 이날의 저녁을 함께하게 됐다. 둘다 가보고 싶었던, 하지만 혼자 가기엔 좀 뭐한 '야타이'에 가기로 결정.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린 버스때문에 이미 약속 시간엔 늦어버렸고, 급하게 페메로 약속 시간을 30분 미뤘다. 10kg 빨강이를 질질 끌고 겨우 찾은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좋은 위치인데 은근 저 문을 찾기가 어렵다. 코 앞에서 3분은 헤맸지. 첫 숙소치고 나쁘지 않았다.


▼ 내가 본 야수라기 게스트

- 하카타/텐진/나카스 모두 걸어서 최대 15분 거리. 후쿠오카 시내 여행에는 '위치적으로' 진짜 딱 좋다. 외진 곳도 아니어서 안전해보임.

- 2층 단체방/3층 리셉션/4층 도미토리(혼성+여자only)

- 화장실은 리셉션이 있는 2층에. 깨끗하고 무난했음.

- 리셉션에 아주 작게 긴 책상과 싱크대 등등이 있어서 편리.

- 주인아저씨 친절하심. 야타이 추천도 해주심.

- 엘베가 없어서 도미토리(4층)에 묵을 경우 캐리어 끌고 4층을 올라가야함. 물론 주인아저씨가 보시면 옮겨주시기는 하시나, 퇴실할때나 주인아저씨 안계실때는 좀 노답인듯.


이상 12시간 묵은 사람의 후기:P


후다닥 짐 풀고 옷 갈아입고 나카스역으로. 배가 무척, 무우우척 고팠다.

  













시내의 밤을 밝히는 야타이


야타이는 쉽게 말해 일본식 포장마차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후쿠오카 시내에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야타이가 있다. 나카스야타이와 텐진야타이. 검색+게하아저씨의 말을 종합해보니 나카스야타이는 바가지를 씌우기로 유명하고 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결론. 조금 멀지만 텐진으로 가기로 했다. 나카스역에서 J를 만나니 그동안 꾹- 다물었던 내 입에서 폭포수처럼 말이 쏟아져나왔다. 누나가 많이 심심했어서 그랬어.. 혹시 놀랐다면 미안.


여의도 한복판에 줄지어 서있는 포장마차 거리를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야타이는 소박했다. 가이드북 사진에서처럼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줄지어 서있는 야타이는 도대체 어디지? 내 눈앞엔 서너개 정도의 야타이가 모여있는 스팟 2~3개 뿐이었다. 가이드북엔 '사람이 많은 곳'이 맛있는 곳이라고 소개해놨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우린 별 고민없이, 다이마루 백화점 앞에 있는 노란 야타이로. 맛이야 다 비슷하겠지. 


아사히 한모금을 들이키니, 그제서야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여행이구나, 그제야 신이 났다. J와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동아리 얘기, 카메라 얘기, 사람 얘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좀 신이 나있었다는 것 정도:) 하나 재밌었던 것. 야타이 주인이 일본어를 좀 할 줄 아는 J에게 뭐라뭐라 하기에 물었더니, 자길보고 일본인같다고 했다고 한다. J는 '상술같아요-'하며 약간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미안- 난 바로 동의했는걸.


어묵도, 꼬지도 씹는 맛이 차암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더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라멘


J는 마지막 날이라 과식을 했다고 했다. 못먹어본 것들을 먹어보느라 바쁜 하루였다고. 그리곤 자기는 마지막으로 캐널시티 8층에 있는 라멘스타디움에 가서 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그걸 또 쫄래쫄래 따라간 나. 사실 난 라멘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오사카에서 먹은 이치란은 분명 맛있긴 했지만 원래 면종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딱히 다시 먹으러 가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J를 따라간 이곳에서 일본 라멘은 퉁치기로. 이후에 정말 라멘or돈부리 류를 하나도 안 먹었다. 


라멘스타디움은 말그대로 여러 유명한 라멘집을 축소해서 모아놓은 곳이다. 한 6~7개의 가게가 있었고 모두 특색이 달랐다. 일본어를 못하는 나에겐 다 똑같아보였지만. 난 유자라멘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어어어어무 짰다. J가 산 교자만 맛있었어.


이렇게 라멘까지 클리어한 뒤 J와 헤어졌다. 

빈손으로? 당연히 J가 추천해준 모찌롤+복숭아워터와 함께 숙소로 콤백.


정신없고, 덥고, 배고프고, 하지만 처음이라서 모든게 용서되는 그런 여행 첫날이었다. 






어떤 것의 끝과 어떤 것2의 시작

사이에 놓여있을 때 여행은 그 시작을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속에 나 자신을 내던져보기


교육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여행을 떠올렸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반년은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각종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 일단 나 혼자 가기 가장 만만한 일본, 그 중에서도 가장 싼 후쿠오카의 비행기표를 샀다. 갈 수 있는 한 길게 가야지 싶어 20~24일로 4박 5일, 귀국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숙소를 예매할때에서야 귀국일을 한참 잘못 잡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한건 비밀. 마지막 이틀을 연달아 묵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도심과 떨어진 먼 숙소를 잡게 됐는데, 인생사 새옹지마, 이 숙소가 가장 좋았다는건 안 비밀.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출국일이 되어있었다. 지금 보니 가이드북은 규슈 100배 즐기기인데, 이번 여행에선 0.3배 정도 즐긴 것 같네ㅇㅅㅇ










난 정말 필요한 것만 넣었는데


진짜 그랬는데

왜 캐리어 양쪽과 백팩 하나가 가득 차버린걸까. 아무래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기에 나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


▼준비한 것들


입을 것들(속옷, 양말, 수건, 레깅스, 티, 바지, 잠옷, 겉옷, 목도리)

씻고 바를 것들(세면도구, 스킨, 로션, 헤어에센스, 화장품, 헤어 드라이기, 고데기)

충전할 것들(보조배터리, 아이폰/안드로이드 케이블과 충전기 본체, 카메라 여분 배터리, 카메라 충전 케이블, 콘센트 3구, 돼지코)

읽을 것들(미움받을 용기, 규슈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

서류들(버스 예약 내역, 숙소 바우처)

기타(보조가방, 선글라스, 디카, 셀카봉, 필기구, 비행기 예매한 카드와 신분증, 미리 구매한 각종 패스들, 엔화와 한국 돈, 영화 넣어둔 태블릿, 이어폰, 대여한 와이파이)


▼쓸모가 0에 수렴했던 것들 worst 3


1. 셀카봉

카메라를 산 후 첫 여행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카메라를 훨씬 많이 썼다. 폰카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확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매일 보는 내얼굴 또 담아 뭐하나 싶기도 하고, 셀카봉에 폰 장착하는 과정이 매우 귀찮고 손이 시려웠으며, 안그래도 무거운 가방에 셀카봉의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난 요즘들어 셀카를 잘 찍지 않는다. 왜 가져갔지? 나도 날 몰라.

 

2. 선글라스

나의 여행동안 후쿠오카는 참 흐렸다. 피할 태양조차 없었다.


3. 보조배터리

공항에서 미리 보조배터리와 와이파이를 미리 대여했었다. 하지만 계속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예정이라 충전이 용이할까 싶어 개인적으로 크고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하나 더 챙겼는데 아주 쓸모가 없었다. 대여한 보조배터리가 충전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 '와이파이 도시락' 완전 추천.


▼쓸모가 ∞에 수렴했던 것들 best 3


1. 구글 지도 앱

어마어마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하다. 정교함, 가벼움, 신속함, 유용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구글 지도. 일본어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내가 길 한번 잃지 않고 규슈를 돌아다녔다는 사실만으로도 구글 지도의 위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경로뿐만 아니라 경로를 이동할때 드는 교통비를 알 수 있고, 시간표까지 알 수 있다는 사실. 구글.. 무섭지만 사랑한다.


2. 와이파이 도시락

위에서도 얘기한 와이파이 도시락. 일단 공항에서 수령/반납 할 수 있어 편하다. 사용 내내 한번도 끊기지 않았고, 배터리도 하루 8시간 정도로 오래 간다. 요금은 하루에 5000원정도 였던 것 같다.


3. 콘센트 3구

게스트하우스에 줄곧 묵었기 때문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각종 전자기기(카메라, 와이파이, 핸드폰)들을 무사히 충전할 수 있을지였다. 일본어 1도 못하는 내가 와이파이나 핸드폰 배터리 없이 일본 시내 한복판에 놓였을때의 모습은... 상상하기 싫었기 때문. 대부분 게스트하우스가 넉넉한 콘센트를 제공했지만, 대부분 일렬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돼지코가 필요하다. 3구 하나 가져가니 돼지코 하나로 거뜬했다.











지금, 인천공항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뽀꼬와 홍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미리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고, 나홀로 공항철도 플랫폼. 이 순간 만큼은 매일 듣는 지하철 음악이 참 들뜨고 신났다는.











언제나 함께, 빨간 캐리어   


10kg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질질질 끌고와서 무사히 체크인하고 표를 받았다. 캐리어가 운송 벨트를 두둥실 떠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내가 쟤랑 참 많은 곳을 다녀왔구나 싶었다....이렇게 혼자 여행가면 캐리어에게까지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2012년 태국가기 전 엄마가 사주신 빨간 캐리어 녀석. 같이 태국도 가고, 베트남도 가고, 일본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소소하게는 자취방도 가고. 배낭을 맸던 인도를 빼고는 항상 요녀석과 함께였다. 물건 막 쓰는 주인인데도 잘 버텨줘서 참 고마운 나의 숨은 여행 메이트. 하도 끌고다녀서 밑창이 다 까져버렸지만 난 니가 바퀴빠질 때까지 계속 들고다닐거란다. 하하






















마른 하늘을 달려 워어어어 후쿠오카 도착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부터 다룰 수 있을거다.

다음이 언제가 될 지는 미지수지만,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어서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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