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의 끝과 어떤 것2의 시작

사이에 놓여있을 때 여행은 그 시작을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속에 나 자신을 내던져보기


교육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여행을 떠올렸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반년은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각종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 일단 나 혼자 가기 가장 만만한 일본, 그 중에서도 가장 싼 후쿠오카의 비행기표를 샀다. 갈 수 있는 한 길게 가야지 싶어 20~24일로 4박 5일, 귀국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숙소를 예매할때에서야 귀국일을 한참 잘못 잡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한건 비밀. 마지막 이틀을 연달아 묵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도심과 떨어진 먼 숙소를 잡게 됐는데, 인생사 새옹지마, 이 숙소가 가장 좋았다는건 안 비밀.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출국일이 되어있었다. 지금 보니 가이드북은 규슈 100배 즐기기인데, 이번 여행에선 0.3배 정도 즐긴 것 같네ㅇㅅㅇ










난 정말 필요한 것만 넣었는데


진짜 그랬는데

왜 캐리어 양쪽과 백팩 하나가 가득 차버린걸까. 아무래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기에 나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


▼준비한 것들


입을 것들(속옷, 양말, 수건, 레깅스, 티, 바지, 잠옷, 겉옷, 목도리)

씻고 바를 것들(세면도구, 스킨, 로션, 헤어에센스, 화장품, 헤어 드라이기, 고데기)

충전할 것들(보조배터리, 아이폰/안드로이드 케이블과 충전기 본체, 카메라 여분 배터리, 카메라 충전 케이블, 콘센트 3구, 돼지코)

읽을 것들(미움받을 용기, 규슈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

서류들(버스 예약 내역, 숙소 바우처)

기타(보조가방, 선글라스, 디카, 셀카봉, 필기구, 비행기 예매한 카드와 신분증, 미리 구매한 각종 패스들, 엔화와 한국 돈, 영화 넣어둔 태블릿, 이어폰, 대여한 와이파이)


▼쓸모가 0에 수렴했던 것들 worst 3


1. 셀카봉

카메라를 산 후 첫 여행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카메라를 훨씬 많이 썼다. 폰카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확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매일 보는 내얼굴 또 담아 뭐하나 싶기도 하고, 셀카봉에 폰 장착하는 과정이 매우 귀찮고 손이 시려웠으며, 안그래도 무거운 가방에 셀카봉의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난 요즘들어 셀카를 잘 찍지 않는다. 왜 가져갔지? 나도 날 몰라.

 

2. 선글라스

나의 여행동안 후쿠오카는 참 흐렸다. 피할 태양조차 없었다.


3. 보조배터리

공항에서 미리 보조배터리와 와이파이를 미리 대여했었다. 하지만 계속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예정이라 충전이 용이할까 싶어 개인적으로 크고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하나 더 챙겼는데 아주 쓸모가 없었다. 대여한 보조배터리가 충전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 '와이파이 도시락' 완전 추천.


▼쓸모가 ∞에 수렴했던 것들 best 3


1. 구글 지도 앱

어마어마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하다. 정교함, 가벼움, 신속함, 유용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구글 지도. 일본어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내가 길 한번 잃지 않고 규슈를 돌아다녔다는 사실만으로도 구글 지도의 위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경로뿐만 아니라 경로를 이동할때 드는 교통비를 알 수 있고, 시간표까지 알 수 있다는 사실. 구글.. 무섭지만 사랑한다.


2. 와이파이 도시락

위에서도 얘기한 와이파이 도시락. 일단 공항에서 수령/반납 할 수 있어 편하다. 사용 내내 한번도 끊기지 않았고, 배터리도 하루 8시간 정도로 오래 간다. 요금은 하루에 5000원정도 였던 것 같다.


3. 콘센트 3구

게스트하우스에 줄곧 묵었기 때문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각종 전자기기(카메라, 와이파이, 핸드폰)들을 무사히 충전할 수 있을지였다. 일본어 1도 못하는 내가 와이파이나 핸드폰 배터리 없이 일본 시내 한복판에 놓였을때의 모습은... 상상하기 싫었기 때문. 대부분 게스트하우스가 넉넉한 콘센트를 제공했지만, 대부분 일렬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돼지코가 필요하다. 3구 하나 가져가니 돼지코 하나로 거뜬했다.











지금, 인천공항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뽀꼬와 홍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미리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고, 나홀로 공항철도 플랫폼. 이 순간 만큼은 매일 듣는 지하철 음악이 참 들뜨고 신났다는.











언제나 함께, 빨간 캐리어   


10kg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질질질 끌고와서 무사히 체크인하고 표를 받았다. 캐리어가 운송 벨트를 두둥실 떠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내가 쟤랑 참 많은 곳을 다녀왔구나 싶었다....이렇게 혼자 여행가면 캐리어에게까지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2012년 태국가기 전 엄마가 사주신 빨간 캐리어 녀석. 같이 태국도 가고, 베트남도 가고, 일본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소소하게는 자취방도 가고. 배낭을 맸던 인도를 빼고는 항상 요녀석과 함께였다. 물건 막 쓰는 주인인데도 잘 버텨줘서 참 고마운 나의 숨은 여행 메이트. 하도 끌고다녀서 밑창이 다 까져버렸지만 난 니가 바퀴빠질 때까지 계속 들고다닐거란다. 하하






















마른 하늘을 달려 워어어어 후쿠오카 도착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부터 다룰 수 있을거다.

다음이 언제가 될 지는 미지수지만,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어서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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