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긴린코 호수, 쇼와박물관, 컨트리로드 유스호스텔)








긴린코 호숫가에 자리한 호텔

동화속에 나오는 미지의 성같았다





긴린코 호수를 구경하는 사람들





호수 뒤편에 있는 나무에 둘러진 종이들.

아마 소원을 적은 종이가 아닐까, 일본어를 몰라서 아쉬웠음.







새벽 물안개가 아름다운 긴린코 호수


지만, 정작 나는 흐릿한 오후에 방문해서 참 아쉬웠던 곳. 유후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수많은 기념품 거리를 걸어올라오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긴린은 물가에 비친 고기비늘의 색이 황금색이라는 뜻이라고. 슬쩍 보면 그저그런 호수일 수도 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유후인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기념품 거리에서 솟아올랐던 나의 탐욕을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더불어 혼자여서 느껴지는 고독감 역시 두 배로 되는 곳이었지...


호수 한 편에는 산을 등지고 있는, 말그대로 배산임수의 호텔이 하나 있다. 검색해보니 라 메종드 다비드라고. 비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한걸? 다다미룸으로 일박에 15~20만원이면 묵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유후인에 온다면 이곳에 도전해보리라. 난 절대 새벽에 엉금엉금 기어나와 물안개를 보러 올 체력도 정신도 없을테니...










겁 없는 고양이?





는 훼이크.





쇼와박물관 입구를 지키는 든든한 로봇일세





90년대 일본 교실의 풍경

우리네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가정집의 거실

화로가 참 귀여웠다





거실 한켠에서 발견한,

망원경 안에 색종이 조각들이 들어있어 

흔들면 신기한 데칼코마니 무늬들을 만들어내는 추억의 장난감





1인 미용실.

바리깡으로 시원하게 밀어야 할 것 같은 기분





사케 한잔...?







90년대 일본이 궁금하다면, 쇼와박물관


긴린코 호수에서 고독감에 흠뻑 젖어 찬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던 중, 아까는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를 발견했다. 이름하야 '쇼와박물관'. 버블경제 시대에 부유했던 일본의 모습을 세트로 구현해놓은 박물관으로, 친절한 한국어 설명 간판이 있어 왠지 더 궁금증이 생겼다. 심지어 입장할때 skt로 할인까지 받았어... 유명한 곳인가 싶었지만 세트 안에 들어가니 나 혼자였다는. 물론 마감시간이 좀 임박하긴 했었지만.


가정집, 상점, 술집, 이발원, 동네 문방구 등 다양한 일본 사회상이 재현되어있다. 녹슨 소품 하나하나가 그 시대의 향기를 짙게 품고있었다. 물론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일본에 계셔서인지 우리집엔 일본식 가전제품이 많았다. 전기 변압기가 필요했던 110v 다리미부터 밥솥과 토스트기까지.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솟아올랐다. 1년에 한두번 오시던 할머니가 사오셨던 일본 까까들이 참 기다려졌었는데. 괜히 추억에 젖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유후인 관광을 하다가 시간이 좀 남는다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 전반적으로 실내가 어둡기도 하고, 카메라 배터리도 간당간당하여 사진을 제대로 못찍은건 좀 아쉬웠다. 










터벅터벅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유후인





유후인 컨트리로드 숙소





역시 여행 계획은 전날 세워야 제맛



혼자 왔다면 컨트리로드 숙소로


유후인에는 대부분의, 아니 90%숙소가 료칸이다. 한 사람을 받아주는 료칸은 극히 드물다. 나 역시 급하게 잡은 여행 일정이었던지라 예약에 실패. 흑흑. 그래도 다행이 이곳, 유후인컨트리로드 유스호스텔은 자리가 남아있어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여자 도미토리방. 


장점;

- 숙소가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좋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침대도 아늑하고, 개인 소장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자물쇠 달린 서랍도 있다. 도미토리 방 내부에는 별도의 다다미방이 있어 안에서 간식을 먹거나 일기를 쓰기에 좋았다. 만약 친구들 4명이서 와서 이 방 하나에 묵는다면 정말 좋을듯. 

- 지하에 온천이 있다. 료칸엔 당연히 온천이 딸려있지만 일반 게스트하우스에서까지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 후기를 보니 물이 좋다고 하던데, 진짜 정말 좋았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으로 온천을 두 번이나 해버렸음. 물론 7~8명이 들어가면 꽉찰 만한 크기이긴 했지만, 아늑하니 좋았다. 단, 온천에서 야외 뷰를 볼 수는 없다. 여긴 뷰가 없그든요....

- 주인 내외분들이 떠날 때 노래를 불러주신다. 형식적이지만 괜시리 정이 느껴졌다.

- 저렴하다. 일박에 2만원~3만원 사이였던 듯.


단점;

- 멀다. 유후인 산 속 꼭대기에 있어 기차역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가야한다. 캐리어가 없다면 유후인 관광을 끝내고 설렁설렁 걸어올 수도 있겠지만, 캐리어가 있다면 무조건 픽업 차를 타고 와야한다. 다행히 픽업 서비스는 있다. 나는 유후인 역 앞에서 6시에 탑승. 봉고차에 유후인 컨트리로드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다.

- 밤 산책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료칸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휴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여긴 바깥으로 나가서 뭔 경치를 보기가 힘들다. 왜냐면 첩첩 산중에 있어 무섭고 어둡고 보이는게 없그든요... 하지만 1층에 식당으로 마련된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내려가서 책을 읽거나 자유활동을 하기에는 좋았다. 


게스트하우스 자체만 놓고 보면 가장 좋았던 곳. 하루밖에 묵을 수 없다는게 너무 아쉬웠더랬다.

딱 요날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그랬는데. 그 다음 날 나에게 어마무시한 시련이 닥칠 줄은 까맣게 몰랐던 것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