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모찌롤과 로하스 배맛 물.





무척이나 쫀득했던 크림:P





모찌롤과 함께 하는 힘찬 아침!


후배 J가 극찬한 로손 모찌롤. 이거 먹고 싶어서 그 전날 밤에 몹시 두근거렸던건 비밀:)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건, 버스 시간때문에 30% 요놈 먹고싶어서 70%. 솔직히 크림빵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터라, 한국에서도 사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도 괜히 누가 맛있다고 하면 막 기대되고 그러잖아!! 네, 제가 팔랑귀입니다만?


반신반의 하면서 한입 앙-

오?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다시 한번 앙-

헐. 대박 맛있다. 앙- 앙- 앙-


'모찌'롤 이라고 해서 사실 모찌 모양의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다. 그래서 롤케익 모양인 것을 보고 J에게 이제 맞냐며 되묻기도. 음 근데 생각해보니 모찌'롤'이구나. 무튼 이게 왠걸... 모양은 롤케익 모양이지만 맛은 여느 롤케익과는 차원이 달랐다. 떡과 빵 그 사이 어디에선가 서있는 듯한 쫀득함. 그리고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크림. 진짜 모찌모찌한 빵이었다♥ 하지만 3개 정도 먹으니 좀 느끼함이 올라왔는데, 이건 배맛 물이 잘 잡아줬다. 좋은 궁합이었어! 짝짝. 근데 맛있긴 해도 4~5개까지가 한계였다. 그래봤자 거의 다 먹은 거구나:D 이후에 딸기맛 모찌롤을 한번 더 사먹었는데, 개인적으론 딸기맛이 더 좋았다! 딸기맛은 생긴건 팥맛처럼 연한 붉은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팥맛인줄.. 종류가 여러개던데 내가 가본 로손에서는 오리지널 혹은 딸기 뿐이었다. 다음에 일본 갈 기회가 있다면 다른 맛에 도전해봐야지.


모찌모찌하게 아침 해결. 이제 유후인으로 한 발자국 내디뎌볼까나.











나카스 강변의 데칼코마니





일렬로 서서 물 마시는 새들





후쿠오카의 평범한 출근길




누군가에겐 평범한, 누군가에겐 특별한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구글 지도를 따라 가려는데, 잠깐. 나카스 강이 눈길을 끌어잡았다. 밤거리는 살짝 무서웠는데 아침의 나카스 강은 이렇게 싱그럽구나. 아침 8시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변은 매우 조용했다. 운동하는 사람 한 두명 정도가 지나갈 뿐이었다. 아마래도 나카스 강변은 밤에 깨어있는 공간이니까. 빨간 캐리어를 든 여행자는 연속적인 셔터소리로 맑은 적막에 금을 내었다.


나카스 강변을 지나 대로로 나오니 역시나, 바쁜 출근길이 펼쳐졌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부러웠다. 자전거를 타고 통근할 수 있는 '환경'과 '거리'를 가진 곳에 취직하고 싶다는 조건이 또 이렇게 하나 생겨버렸음. 조건만 많아가지고 어디 취업하겠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그리고 한국과 비슷한 출근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다른 공기에 셔터를 눌러댔다. 아마 난 민폐 관광객처럼 보였을게야.. 한 손엔 큰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손으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좀 우습기도 했겠지. 그래도 이사람들에겐 평범한 출근길이 나에겐 최초로 '유후인'에 가는 길이었으니까! 매일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 매일매일 새로운 여행길처럼 느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카타역





유후인은 34번 플랫폼이랍니다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




하카타에서 유후인으로


하카타 버스터미널은 하카타역 바로 옆에 있다. 한국어 표지판이 아주 잘 되어있어 길을 잃을래야 잃을 수가 없다. 버스터미널 3층으로 올라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플랫폼이 나온다. 목적지에 맞는 번호를 확인하고 그 앞에서 대기하면 끝. 평소엔 문이 닫혀있는데 버스가 오면 문이 열리고, 기사 아저씨가 표를 확인해주시면 탑승할 수 있다. 조바심 끝판왕은 역시나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버렸다. 버스에서 목이 마를까봐 2층에 있는 로손에서 녹차 한 병을 샀다. 맛은 실패. 아마 맥도날드도 있었던 것 같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는 34번 플랫폼에서 탈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 여기 혹시 서울인가요? 아님 부산? 이 기분은 버스에 탑승하고나서 더욱 강하게 밀려왔다. 40여명 정도의 정원인 버스에 35명 이상이 한국인이었음ㅎㅎ 저 지금 어디에 여행온건가요ㅎㅎ 그리고 이 기분은 유후인을 돌아다니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한국인이 많은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행 첫날엔 이방인으로서 기분을 좀 내고 싶었다구. 뭐 나만 혼자 다녀서 더 외로웠던건 아니고.. 진짜 아니고..


버스는 텐진역 → 하카타역 → 후쿠오카 공항 순으로 시내를 빠져나갔다. 후쿠오카 공항에 가는 길은 어찌나 막히던지. 어디든 시내는 막히는구만. 후쿠오카 공항만 지나면 씽씽- 달릴 수 있다. 일본의 자연 풍경도 즐길 수 있고. 지루해진 풍경에 못다 본 <500일의 섬머>를 틀었다. 섬머, bitch.










산, 구름 그리고 차





아직 잠들어있는 유후인 거리




흐리지만 따뜻한 유후인


엉덩이가 슬슬 아파올 때쯤 유후인에 도착. 두시간 반 정도가 지나있었다. 사진은 보정(^^)을 거쳤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흐리고 우중충했다. 아마 맑은 가을날에 간다면 보정 없이도 저런 색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흐린 유후인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겠다며 홀로 위안했다.


1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마을이 참 적막했다.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만이 붕붕 떠다녔다. 나 역시 기차역에서 가까운 코인락커에 짐을 맡기고 자유로운 몸으로 유후인 탐방을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부터. 



+) 포스팅 진도 나가기가 영 힘들다. 이러다 봄이 올때쯤에서야 포스팅을 마칠 수 있는게 아닌지 몰라.

+) 라이트룸에 점점 손이 익어간다. 사진 보정 속도가 한 20%정도 빨라지고 있다. 좋아좋아:D   





판타스틱 후쿠오카!


두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후쿠오카 도착. 후쿠오카에 도착했다는 기쁨보다는 빨리 내려서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한 선잠, 이르게 먹은 점심으로 인한 허기, 날씨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끕끕했던 옷이 날 괴롭혔기 때문. 한살 한살 먹을수록 뭔가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할매할매하구먼.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혼자 해외에 왔다는게 얼떨떨-했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왔는데도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결국 원점. 하카타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지, 벌써 버스표 창구가 닫았으면 어떡하지, 미리 예매해간 표를 한번에 안 바꿔주면 어떡하지, 등등 꽤나 귀여운 걱정들을 하고 있었던 나. 


이것도 다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해 볼 수 있는 경험이라네-










버스, 너로 정했다!


내가 가장 긴장했던 이유는 바로 저 노란색 표 4장을 얻어야 했기 때문. 모든지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이는 성격도 한 몫을 했고요:P


후쿠오카에서 여행을 할 때 교통수단은 크게 기차와 버스가 있다. 기차가 빠르고 편하지만 운행 수가 버스보다 적어 예매가 힘들고, 후쿠오카 시내 관광에는 버스가 더 적합하다. 기차는 큐슈레일패스, 버스는 산큐패스라고 부르며 보통 3일권, 5일권 패스로 살 수 있다.


나의 여행지는 유후인과 하우스텐보스, 그리고 후쿠오카 시내. 레일패스를 사고 싶었지만 유후인으로 가는 날 유후인노모리 열차가 이미 만석이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산큐패스 결정. 유후인과 하텐 갈때는 기차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시내 돌아다닐때도 유용하게 써서 결과는 대만족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이용날짜가 적힌 산큐패스를 보여주면 되고, 시외로 나가는 고속버스를 탈 때에는 터미널 티켓 창구에서 패스를 보여주고 저 노란색 티겟을 새로 받아야 한다. 단, 잔여 좌석이 있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는거!


혹시나, 호옥시나, 성수기니까 호옥시나 버스가 매진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해갔다.


▼예매 사이트▼

https://www.highwaybus.com/gp/index/


집단지성의 힘! 네이버 블로그에 떠돌아다니는 튜토리얼을 한두개 읽다보면 나처럼 일본어를 1도 못하는 사람도 쉽게 예매할 수 있다.    예매를 마치면 메일로 확인서가 날아오는데, 이걸 프린트해서 산큐패스와 함께 보여주면 저 노란 티켓을 준다. 노란 티켓에는 출발지와 행선지, 출발 시각이 적혀있다. 아 물론 일본어로...


나는 당장 다음 날 아침 9시 반에 유후인으로 떠나야 했는데, 아직 터미널 가는 길도 모르고 (이때까지만 해도 구글 지도의 위력을 몰랐지) 아침에 티켓 교환할 시간이 있을까 조바심이 생긴 나는 무조건 공항에서 티켓을 교환해야 했다. 전적으로 나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이거 못했으면 그날 밤 잠도 제대로 못잤을 듯.


쫄보의 마음이 통했는지 수속을 밟고 나가자마자 눈 앞에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개이득! 공항이 워낙 작아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친절한 한국인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별탈없이 표 4장 겟-또.


여행의 진짜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더랬다.











여기, 생각보다 핫하네요


후쿠오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추운 한국 날씨에 못이겨 잔뜩 껴입고 온 옷이 참으로 무색했다. 결국 하카타로 가는 여행객들로 가득찬 비좁은 버스에서 줄곧 등뒤로 식은 땀을 줄줄 흘려야했다. 땀하니까 생각난 얘기.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탄 승객이었다. 일본 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시스템이라 나는 뒷문에 가장 가까이 있었고, 지친 나머지 뒷문에 기대어 갔더랬다. 대부분의 버스가 그렇듯.. 뒷문에서 알짱거리면 문이 잘 안 닫힌다. 결국 일본어로 한 소리를 듣고-그것도 같이 탄 한국분이 통역해주셔서-서야 허리를 꼿꼿히 펴고 가야했고, 식은 땀은 계속됐다. 하하


그 와중에 여행와서 좋다고 찍어댄 쿠마몬. 해맑해맑:)









첫 숙소!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페이스북을 하다 우연히 동아리 후배 J가 후쿠오카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 페메를 보냈다. 아쉽게도 J는 내가 온 다음날 출국하는 일정. 그래도 운좋게 시간이 맞아 J의 마지막 식사이자 나의 첫 식사인 이날의 저녁을 함께하게 됐다. 둘다 가보고 싶었던, 하지만 혼자 가기엔 좀 뭐한 '야타이'에 가기로 결정.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린 버스때문에 이미 약속 시간엔 늦어버렸고, 급하게 페메로 약속 시간을 30분 미뤘다. 10kg 빨강이를 질질 끌고 겨우 찾은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좋은 위치인데 은근 저 문을 찾기가 어렵다. 코 앞에서 3분은 헤맸지. 첫 숙소치고 나쁘지 않았다.


▼ 내가 본 야수라기 게스트

- 하카타/텐진/나카스 모두 걸어서 최대 15분 거리. 후쿠오카 시내 여행에는 '위치적으로' 진짜 딱 좋다. 외진 곳도 아니어서 안전해보임.

- 2층 단체방/3층 리셉션/4층 도미토리(혼성+여자only)

- 화장실은 리셉션이 있는 2층에. 깨끗하고 무난했음.

- 리셉션에 아주 작게 긴 책상과 싱크대 등등이 있어서 편리.

- 주인아저씨 친절하심. 야타이 추천도 해주심.

- 엘베가 없어서 도미토리(4층)에 묵을 경우 캐리어 끌고 4층을 올라가야함. 물론 주인아저씨가 보시면 옮겨주시기는 하시나, 퇴실할때나 주인아저씨 안계실때는 좀 노답인듯.


이상 12시간 묵은 사람의 후기:P


후다닥 짐 풀고 옷 갈아입고 나카스역으로. 배가 무척, 무우우척 고팠다.

  













시내의 밤을 밝히는 야타이


야타이는 쉽게 말해 일본식 포장마차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후쿠오카 시내에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야타이가 있다. 나카스야타이와 텐진야타이. 검색+게하아저씨의 말을 종합해보니 나카스야타이는 바가지를 씌우기로 유명하고 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결론. 조금 멀지만 텐진으로 가기로 했다. 나카스역에서 J를 만나니 그동안 꾹- 다물었던 내 입에서 폭포수처럼 말이 쏟아져나왔다. 누나가 많이 심심했어서 그랬어.. 혹시 놀랐다면 미안.


여의도 한복판에 줄지어 서있는 포장마차 거리를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야타이는 소박했다. 가이드북 사진에서처럼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줄지어 서있는 야타이는 도대체 어디지? 내 눈앞엔 서너개 정도의 야타이가 모여있는 스팟 2~3개 뿐이었다. 가이드북엔 '사람이 많은 곳'이 맛있는 곳이라고 소개해놨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우린 별 고민없이, 다이마루 백화점 앞에 있는 노란 야타이로. 맛이야 다 비슷하겠지. 


아사히 한모금을 들이키니, 그제서야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여행이구나, 그제야 신이 났다. J와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동아리 얘기, 카메라 얘기, 사람 얘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좀 신이 나있었다는 것 정도:) 하나 재밌었던 것. 야타이 주인이 일본어를 좀 할 줄 아는 J에게 뭐라뭐라 하기에 물었더니, 자길보고 일본인같다고 했다고 한다. J는 '상술같아요-'하며 약간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미안- 난 바로 동의했는걸.


어묵도, 꼬지도 씹는 맛이 차암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더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라멘


J는 마지막 날이라 과식을 했다고 했다. 못먹어본 것들을 먹어보느라 바쁜 하루였다고. 그리곤 자기는 마지막으로 캐널시티 8층에 있는 라멘스타디움에 가서 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그걸 또 쫄래쫄래 따라간 나. 사실 난 라멘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오사카에서 먹은 이치란은 분명 맛있긴 했지만 원래 면종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딱히 다시 먹으러 가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J를 따라간 이곳에서 일본 라멘은 퉁치기로. 이후에 정말 라멘or돈부리 류를 하나도 안 먹었다. 


라멘스타디움은 말그대로 여러 유명한 라멘집을 축소해서 모아놓은 곳이다. 한 6~7개의 가게가 있었고 모두 특색이 달랐다. 일본어를 못하는 나에겐 다 똑같아보였지만. 난 유자라멘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어어어어무 짰다. J가 산 교자만 맛있었어.


이렇게 라멘까지 클리어한 뒤 J와 헤어졌다. 

빈손으로? 당연히 J가 추천해준 모찌롤+복숭아워터와 함께 숙소로 콤백.


정신없고, 덥고, 배고프고, 하지만 처음이라서 모든게 용서되는 그런 여행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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