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후쿠오카, 유후인 1일차 

(소품샵, 길거리 음식, 플로랄 빌리지)


 






지브리 캐릭터가 잔뜩 그려져 있는 수건들.

세수하고 저 수건으로 닦으면 영화 속으로 폭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귀여운 토토로들




안녕, 토토로? 돈구리노모리


12시 반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후인 초입에 있는 대다수의 가게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안그래도 흐린 날씨에, 가이드북에서 맛집이라고 쓰인 곳은 이미 폐점한 것 같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고. 유후인이 원래 이런 곳인가? 이게 뭥미? 하며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던 중 가장 처음 만난 곳이 돈구리노모리! 사람들이 다 어딜 가나 했더니 돈구리노모리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돈구리노모리는 지브리 스튜디오 캐릭터를 활용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곳이다. 나는 하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정도밖에 보지 않아서 사실 이름과 모습만 드문드문 아는 것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딱히 재미는 없었다는. 하지만 작고 귀여운 것들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들이 잔뜩 새겨진 소품들을 만지작 거리다, 가격표를 한번 뒤집어보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하하.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한 번 더 오면 뭐 방석 정도는 쿨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여느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유후인에도 기념품/소품 가게가 참 많다. 근데 특히 귀여운 소품들이 너무 많았다. 엉엉. 돈구리노모리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곳, 일본 전통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품이 가득한 곳, 유리 세공품들을 모아놓은 곳, 고양이 소품만 모아놓은 곳, 뽑기 기계가 한 100개는 넘게 들어차있는 갓챠샵 등등. 작고 귀여운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유후인의 길 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요. 사악한 가격도 시간 지체에 한 몫 했지... 몇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지.






저를 데려가주세용♡ 하고 말하는 것 같다구





복덩이들





뭐여, 뭔 일이여?





결국 갓차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300엔을 넣어버렸지만

뜻밖의 수확!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금상 고로케의 카레/금상 고로케. 진짜 맛있었다





대왕타코야끼의 비주얼에 끌려 홀리듯 줄을 서버렸다





(소근) 맛은 그저그랬어요 (소근)





지나가다 마주친 녹차떡(?)의 산

대왕타코야끼로 위를 가득 채워버린건 정말 실수였다



나는 계속 걷고 있는데 자꾸 배가 불러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관광객 대부분이 료칸에서 저녁을 해결하기 때문인지, 일찍 해가 지기 때문인지 어쩐지 이유는 모르겠다. 유후인에는 가성비 좋은 식당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아니, 식당 자체가 원래도 많지 않다. 가이드북을 슬쩍 훑어보니 대부분 가격은 비쌌고 거리는 멀었다. 길거리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기로 했다. 


제일 처음 만난건, 꼭 먹어야 한다고 들었던 금상고로케. 내 앞에 있는 가게와 가이드북 지도의 좌표는 분명 달랐지만 난 너무 배가 고팠고 2호점이라 믿으며 주문을 했다. 카레 고로케와 금상 고로케. 방금 막 튀겨진 고로케를 한입 베어물었다. 으앙. 너무 맛있었다. 따끈해서 더 맛있었다. 갠취로는 카레가 짭쪼름하니 더 좋았다. 2호점이든 짝퉁이든 맛있으면 괜찮지 뭐.


그 밖에도 대왕타코야끼, 녹차떡(?), 녹차 아이스크림, 각종 과자, 치즈 케이크, 푸딩, 빵, 등등 다양한 길거리음식이 있었다. 고로케를 2개나 먹고 대왕타코야끼까지 먹어치우니 배가 너무 불러서 다른 음식엔 눈도 안돌아갔다. 대왕타코야끼는 만드는거 볼때가 제일 맛있었어... 무튼 유후인에서는 애써 식당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흘러가는대로, 마주치는대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게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료칸에 일찍 들어가 잘 차려진 저녁을 먹는게 짱인듯..! 물론 저는 못먹었습니다만.










걷는게 슬슬 지쳐올때쯤, 건물이 너무 예뻐 멈춰서버렸다.

내부에도 귀엽고 참신한 아이디어 소품들이 많았는데, 촬영 금지였다.





앨리스가 어쩌다 토끼굴에 빠져버리듯,

나도 모르게 흘러들어간 플로랄 빌리지





앙증맞은 다람쥐 '3'





누나가 빠듯해서 먹이를 못줬어 미안해





고상해





털 한올 한올까지 귀여운



잠시 동화 속 앨리스가 되어봐, 플로랄 빌리지 


유후인 관광은 큰 대로를 따라 앞으로 주욱 걷기만 하면 된다. 유후인 대표 명소인 긴린코 호수를 찾아가던 중, 뭔가 이질적인, 동화냄새 풀풀나는 문이 있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입장. 플로랄 빌리지였다. 여기엔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내가 들어간 후문은 커다란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이 덜렁 문만 있었다. 그래서 더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정문엔 매우 큰 간판이 있었더랬다. 


플로랄 빌리지는 앨리스, 신데렐라, 인어공주,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동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샵과 작은 동물원이 모여있는 곳이다. 사진처럼 곳곳에 동물들이 있고,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돈은 알아서 넣는 방식이었던듯. 기념품 샵에 질려갈 때쯤 잘 만났다 싶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름 동화 속에 온 것처럼 몰입해서 돌아다녔다. 유후인에 온 아이들이 걷다 지쳐 칭얼거릴때 데려오면 딱 좋을만한 곳.


어쨌든 유후인은 참 작고 귀여운 (비싼)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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