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후쿠오카!


두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후쿠오카 도착. 후쿠오카에 도착했다는 기쁨보다는 빨리 내려서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불편한 선잠, 이르게 먹은 점심으로 인한 허기, 날씨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끕끕했던 옷이 날 괴롭혔기 때문. 한살 한살 먹을수록 뭔가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할매할매하구먼.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혼자 해외에 왔다는게 얼떨떨-했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왔는데도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결국 원점. 하카타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지, 벌써 버스표 창구가 닫았으면 어떡하지, 미리 예매해간 표를 한번에 안 바꿔주면 어떡하지, 등등 꽤나 귀여운 걱정들을 하고 있었던 나. 


이것도 다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해 볼 수 있는 경험이라네-










버스, 너로 정했다!


내가 가장 긴장했던 이유는 바로 저 노란색 표 4장을 얻어야 했기 때문. 모든지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이는 성격도 한 몫을 했고요:P


후쿠오카에서 여행을 할 때 교통수단은 크게 기차와 버스가 있다. 기차가 빠르고 편하지만 운행 수가 버스보다 적어 예매가 힘들고, 후쿠오카 시내 관광에는 버스가 더 적합하다. 기차는 큐슈레일패스, 버스는 산큐패스라고 부르며 보통 3일권, 5일권 패스로 살 수 있다.


나의 여행지는 유후인과 하우스텐보스, 그리고 후쿠오카 시내. 레일패스를 사고 싶었지만 유후인으로 가는 날 유후인노모리 열차가 이미 만석이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산큐패스 결정. 유후인과 하텐 갈때는 기차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시내 돌아다닐때도 유용하게 써서 결과는 대만족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이용날짜가 적힌 산큐패스를 보여주면 되고, 시외로 나가는 고속버스를 탈 때에는 터미널 티켓 창구에서 패스를 보여주고 저 노란색 티겟을 새로 받아야 한다. 단, 잔여 좌석이 있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는거!


혹시나, 호옥시나, 성수기니까 호옥시나 버스가 매진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해갔다.


▼예매 사이트▼

https://www.highwaybus.com/gp/index/


집단지성의 힘! 네이버 블로그에 떠돌아다니는 튜토리얼을 한두개 읽다보면 나처럼 일본어를 1도 못하는 사람도 쉽게 예매할 수 있다.    예매를 마치면 메일로 확인서가 날아오는데, 이걸 프린트해서 산큐패스와 함께 보여주면 저 노란 티켓을 준다. 노란 티켓에는 출발지와 행선지, 출발 시각이 적혀있다. 아 물론 일본어로...


나는 당장 다음 날 아침 9시 반에 유후인으로 떠나야 했는데, 아직 터미널 가는 길도 모르고 (이때까지만 해도 구글 지도의 위력을 몰랐지) 아침에 티켓 교환할 시간이 있을까 조바심이 생긴 나는 무조건 공항에서 티켓을 교환해야 했다. 전적으로 나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이거 못했으면 그날 밤 잠도 제대로 못잤을 듯.


쫄보의 마음이 통했는지 수속을 밟고 나가자마자 눈 앞에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개이득! 공항이 워낙 작아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친절한 한국인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별탈없이 표 4장 겟-또.


여행의 진짜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더랬다.











여기, 생각보다 핫하네요


후쿠오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추운 한국 날씨에 못이겨 잔뜩 껴입고 온 옷이 참으로 무색했다. 결국 하카타로 가는 여행객들로 가득찬 비좁은 버스에서 줄곧 등뒤로 식은 땀을 줄줄 흘려야했다. 땀하니까 생각난 얘기.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탄 승객이었다. 일본 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시스템이라 나는 뒷문에 가장 가까이 있었고, 지친 나머지 뒷문에 기대어 갔더랬다. 대부분의 버스가 그렇듯.. 뒷문에서 알짱거리면 문이 잘 안 닫힌다. 결국 일본어로 한 소리를 듣고-그것도 같이 탄 한국분이 통역해주셔서-서야 허리를 꼿꼿히 펴고 가야했고, 식은 땀은 계속됐다. 하하


그 와중에 여행와서 좋다고 찍어댄 쿠마몬. 해맑해맑:)









첫 숙소!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페이스북을 하다 우연히 동아리 후배 J가 후쿠오카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 페메를 보냈다. 아쉽게도 J는 내가 온 다음날 출국하는 일정. 그래도 운좋게 시간이 맞아 J의 마지막 식사이자 나의 첫 식사인 이날의 저녁을 함께하게 됐다. 둘다 가보고 싶었던, 하지만 혼자 가기엔 좀 뭐한 '야타이'에 가기로 결정.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린 버스때문에 이미 약속 시간엔 늦어버렸고, 급하게 페메로 약속 시간을 30분 미뤘다. 10kg 빨강이를 질질 끌고 겨우 찾은 '야수라기 게스트하우스'. 좋은 위치인데 은근 저 문을 찾기가 어렵다. 코 앞에서 3분은 헤맸지. 첫 숙소치고 나쁘지 않았다.


▼ 내가 본 야수라기 게스트

- 하카타/텐진/나카스 모두 걸어서 최대 15분 거리. 후쿠오카 시내 여행에는 '위치적으로' 진짜 딱 좋다. 외진 곳도 아니어서 안전해보임.

- 2층 단체방/3층 리셉션/4층 도미토리(혼성+여자only)

- 화장실은 리셉션이 있는 2층에. 깨끗하고 무난했음.

- 리셉션에 아주 작게 긴 책상과 싱크대 등등이 있어서 편리.

- 주인아저씨 친절하심. 야타이 추천도 해주심.

- 엘베가 없어서 도미토리(4층)에 묵을 경우 캐리어 끌고 4층을 올라가야함. 물론 주인아저씨가 보시면 옮겨주시기는 하시나, 퇴실할때나 주인아저씨 안계실때는 좀 노답인듯.


이상 12시간 묵은 사람의 후기:P


후다닥 짐 풀고 옷 갈아입고 나카스역으로. 배가 무척, 무우우척 고팠다.

  













시내의 밤을 밝히는 야타이


야타이는 쉽게 말해 일본식 포장마차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후쿠오카 시내에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야타이가 있다. 나카스야타이와 텐진야타이. 검색+게하아저씨의 말을 종합해보니 나카스야타이는 바가지를 씌우기로 유명하고 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결론. 조금 멀지만 텐진으로 가기로 했다. 나카스역에서 J를 만나니 그동안 꾹- 다물었던 내 입에서 폭포수처럼 말이 쏟아져나왔다. 누나가 많이 심심했어서 그랬어.. 혹시 놀랐다면 미안.


여의도 한복판에 줄지어 서있는 포장마차 거리를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야타이는 소박했다. 가이드북 사진에서처럼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줄지어 서있는 야타이는 도대체 어디지? 내 눈앞엔 서너개 정도의 야타이가 모여있는 스팟 2~3개 뿐이었다. 가이드북엔 '사람이 많은 곳'이 맛있는 곳이라고 소개해놨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우린 별 고민없이, 다이마루 백화점 앞에 있는 노란 야타이로. 맛이야 다 비슷하겠지. 


아사히 한모금을 들이키니, 그제서야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여행이구나, 그제야 신이 났다. J와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동아리 얘기, 카메라 얘기, 사람 얘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좀 신이 나있었다는 것 정도:) 하나 재밌었던 것. 야타이 주인이 일본어를 좀 할 줄 아는 J에게 뭐라뭐라 하기에 물었더니, 자길보고 일본인같다고 했다고 한다. J는 '상술같아요-'하며 약간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미안- 난 바로 동의했는걸.


어묵도, 꼬지도 씹는 맛이 차암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더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라멘


J는 마지막 날이라 과식을 했다고 했다. 못먹어본 것들을 먹어보느라 바쁜 하루였다고. 그리곤 자기는 마지막으로 캐널시티 8층에 있는 라멘스타디움에 가서 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그걸 또 쫄래쫄래 따라간 나. 사실 난 라멘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오사카에서 먹은 이치란은 분명 맛있긴 했지만 원래 면종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딱히 다시 먹으러 가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J를 따라간 이곳에서 일본 라멘은 퉁치기로. 이후에 정말 라멘or돈부리 류를 하나도 안 먹었다. 


라멘스타디움은 말그대로 여러 유명한 라멘집을 축소해서 모아놓은 곳이다. 한 6~7개의 가게가 있었고 모두 특색이 달랐다. 일본어를 못하는 나에겐 다 똑같아보였지만. 난 유자라멘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어어어어무 짰다. J가 산 교자만 맛있었어.


이렇게 라멘까지 클리어한 뒤 J와 헤어졌다. 

빈손으로? 당연히 J가 추천해준 모찌롤+복숭아워터와 함께 숙소로 콤백.


정신없고, 덥고, 배고프고, 하지만 처음이라서 모든게 용서되는 그런 여행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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