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일 며칠 전

나: 아. 근데 우리 300일이 언제지?

뽀꼬: 아마 며칠 후? (무심)

나: ㅇㅋㅇㅋ (무심x2)



#. 300일

나: (무심코 비트윈 배경을 확인한 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오늘 300일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뽀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어느새부턴가 참 편한 사이가 됐다.

굳이 무언가를 받지 않아도, 굳이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사이.


200일에 커플링을 맞춘 것 빼고는, 우리의 기념일은 그저 '오랜만에 맛있고 비싼 밥을 먹는 날'일 뿐이었다.

나도 그게 좋고, 뽀꼬도 그게 좋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선물을 주고 싶기도 하고, 때마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에 부담없이 30,000원 내에서 서로 선물교환을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제안하기 전에 이미 난 뭘 해줄지 다 생각해놓고 있었지.. 순진한 뽀꼬자식.흐흐


식상하고 식상한 선물이지만, 그래도 겨울 필수 아이템인 목도리를 떠주려고 한다.

검색하던 중 짧게 매는 쁘띠 목도리, 일명 김C 목도리에 눈이 갔고, 결국 이걸로 결정=)




이렇게 가볍게 맬 수 있는 짧은 목도리가 쁘띠 목도리. (출처: 중앙일보 TONG)



특히 네이버 블로그에서 '달바'님의 머스터드 색 + 독특한 문양의 쁘띠 목도리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친절한 블로그 설명에 따라, 뜨개질 용품 판매 사이트 스마일러브(http://www.smilelove.kr)에 접속해 실과 바늘 주문! 신난다.




울라인 260번 빛바랜 머스터드색 5개(내꺼+뽀꼬꺼 넉넉히)  /37,500

 핸드메이드 네임택 2개 1쌍 /1,500

코바늘 7-8호 /1,500

줄바늘 7호 /1,000

(네임택 달때 필요하다고 해서 산) 돗바늘 /500


신규가입으로 1,000원 할인+배송비 무료(30,000원 이상) = 41,000

내꺼 뜨는 것까지 포함하는거니까 30,000원 이하로 치자..



이런 모양을,


(출처: 스마일러브)




이 실로 뜨고,


(출처: 스마일러브)




요 네임택으로 마무리 할 예정:) 두근두근.


(출처: 스마일러브)



초등학생땐 나름 십자수+퀼트 왕이었는데...

옛 영광을 다시 부활시키리라 (불끈)


배송아 얼른 오렴.

카메라도 얼른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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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0) 2016.12.15


사람의 손때나 피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단다.

숱한 전장에서 수천의 피를 묻힌 검이 제 주인의 피까지 묻혔으니 오죽했을까.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함축적 표현을 통한 시원시원하고 세련된 전개.

영화같은 연출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적절한 효과.

흠잡을 곳 없는 연기력과 비주얼.


공유는 왜 늙지 않는거죠? 저기요? 아무나 있으면 나와주세요? 

김고은 귀여운 연기 딱 적정선 지켜줘서 진짜 귀엽게 봐줄만 하다. 좋다.


1화 처음 절반은 공유/김고은 과거사, 1화 나머지 뒷부분은 그 둘이 만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할머니 분장이 좀 과했던 것, 공유 과거사 전쟁+참수 장면이 너무 리얼했던 것 빼고는 좋았다.

특히 잘리고 썰리고 피터지고 이런 거 잘 못보는 나로서는 초반부가 너무 힘들었..ㅠ_ㅠ


그.래.도!

현대적 장소에서 만화같은 대사들이 이질감 0%로 소화되는걸 보면서 오히려 웹툰을 성공적으로 드라마화한 느낌을 받았다. 

좋은 대본에 플러스로 (오글거리지 않으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중간점을 잘 찾아준) 좋은 연기 + 아름다운 영상미가 거하게 한 몫 한 듯.

중간중간 별그대가 생각나는 포인트들이 있어서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별그대를 뛰어넘는 수작으로 거듭나길 기원기원합니다:)









-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 너도 있네. 너 진짜 뭐지?

-여기가 진짜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뭘?

-맘 먹었어요, 제가.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것 같거든요.


사랑해요.





Perk 특전, 특권

Wallflower 파티에서 인기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 비슷한 의미로 샌님, 인기없는 사람, 존재감 없는 사람.


한국 제목으로는 <찌질이>인데, 원래 풀제목은 <찌질이의 특권> 정도 되는 듯.

같은 뜻이어도 wallflower라고 꽃을 붙여주니 훨씬 그럴싸하다.

쨌든 이 영화는 찌질이, 불량품들의 성장스토리다.

(하지만 비주얼과 케미는 절대 불량하지 않다는거)





샘: 찰리 절친이 총으로 자살했대. 이제 친구도 없나봐.


패트릭: 애들아. 이리 와봐. 다 같이 찰리를 위해 잔을 들자.


찰리: 내가 뭘 했는데?


패트릭: 아무것도 안했어. 새 친구를 위해 건배하는 거야. 넌 우릴 지켜보고 너만의 방식으로 이해하지. 넌 월플라워야. 


찰리: 날 봐주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어.


패트릭: 우리도 괜찮은 친구가 숨어있을 줄 몰랐어. 그러니까 건배하자. 찰리를 위해.


샘: 불량품들의 섬에 온 걸 환영해.


불량품은 불량품을 알아본다.

학교의 대표적 말썽쟁이인 패트릭, 하지만 패트릭의 진짜 속내를 이해하는 찰리.

친구의 자살로 힘들어했던 찰리의 과거를 알고나서 오히려 찰리를 보듬어주는 샘과 패트릭.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혹은 솔직하지 못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이들이 다시 함께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기 때문일지 모른다. 

사춘기, 청소년이라는 미완성이 아름답게 용인되는 시기 역시 한 몫을 해낸다.


친구의 자살, 어린 시절 성폭력 경험, 게이, 연인의 바람, 연인이 있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 

자칫하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주먹 한 방에 한 번의 키스에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찰리와 친구들 모두가 다 그런 아픔 쯤은 하나 가지고 있기에, 그건 이상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기에.

합쳐놓고 보면 불완전하고 미성숙하지만, 매 순간순간 진심이고 솔직하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기에.




이 모든 얘기가 언젠가 추억이 되고 우리의 사진들도 낡은 기념품이 되고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추억이 아니야. 살아있는 순간이야. 난 여기 있고 그녀를 보고 있어. 그녀는 너무 아름답거든. 


이제 알겠어. 내가 비참하지 않다는 걸 알게된 순간 난 살아있는 거야. 일어서서 건물의 불빛들과 놀라운 풍경들을 바라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랠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할 때 바로 그 순간. 

I swear, we are infinite.


서로를 알아보는 눈, 서로를 보듬어주는 손, 서로를 기대는 어깨.

infinite는 거기서 시작된다.




* 찰리-샘-패트릭 케미 너무 좋다.

* 에즈라 밀러라는 매혹적인 배우를 알게 해준 영화! 고마워요

최근엔 단 하루도 100% 편한 마음으로 놀고 먹은 날이 없다.


항상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고

항상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고

항상 무의식중에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일자리'

이 하나를 위해서.


나는 정말 힘ㅡ고통스럽다,의 의미보다는 노력에 가까운ㅡ들었는데


근데


눈에 보이는 이렇다 할 결과ㅡ예를 들면 합격 혹은 이력서에 한 줄 남길 거리가 될 만한 결과ㅡ가 없다면

그 모든 시간들이 그저 '놀고 먹는 백수'의 일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나보다.

 

"그냥 놀고 먹는 백수네요, 백수."


상대방은 웃자고 한 얘기겠거니 허허 웃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을 수 있고, 허허 웃지 말았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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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의 나라 앨리스'에는 여왕 '레드퀸'이 나온다. 

뒤로 움직이는 체스판 모양 마을에서 레드퀸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빨리 달리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왕은 말한다.




"여기에서 제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앞으로 가고 싶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소설 속 붉은 여왕의 말을 생물학자들이 '진화론적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레드퀸 효과'다.

대표적인 예는 먹고 먹히는 관계인 영양과 치타다.

영양은 치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리게 됐고,

치타는 그런 영양을 잡기 위해 더 빠르게 달리게 됐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자극하며 빠르게 달리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둘 사이의 간격은 그대로라는 것.









튜티 T가 가져왔던 한 글의 필자는 이를 런닝머신에 비유하며 우리에겐 런닝머신에서 내려올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런닝머신 밖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우리 모두가 달리는 그것에서 똑같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필자는 알까.


그 런닝머신에서 내려오기까지 감수해야 할 용기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를.





T에게 실컷 각자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해놓고는,

나의 취업 고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듯한 남자친구의 말에 울컥 눈물이 났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쉽지 않다고, 그렇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고.

가까운 사람들의 성공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조바심으로 젖어버린 마음의 무게가 덜컥 느껴지고 있다고. 




내가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나 말고도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참 많아.

우린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뛰는 걸까?





사실 난 그만 달리고 싶다.

그냥 걷고 싶다.

.

.

.

.


걸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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